[시가] 학살의 꽃

거장은 속삭인다 황야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붉은 꽃을
바람은 노래한다 전율을 돋게 하는 전장의 선율을
관객은 수군거린다 죽음의 순간 다가오는 달콤한 속삭임을
무대는 간질거리는 정적과 함께 신음한다
붉게 타오르는 죽음의 황홀경을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태어나 탄생의 빛을 삼키며 울부짖는다
자아를 통해 사물 현실 진리를 파악하고
고뇌하는 작은 거인의 세계는 팽창한다

무한이 반복되는 윤회의 순환에 거스를 것인가
제한된 세계의 틀을 부수고 자유와 평화를 되찾을 것인가
나의 팔과 다리 목을 쇠사슬로 묶어 무릎 꿇리게 하려는 압제자에 대항할 것인가

'아직도 부족하다'
'이것이 아니야'
'이런 한심한 것으론 만족할 수 없어'
'완벽하다는 것으론 이 갈증을 채울 수 없어'
'더 커다란 캔버스가 필요하다'
'내 이상을 채울 수 있는 더 커다란 무대가'

한 가닥의 노래가 울려 퍼지면 관객들은 열광한다
그것은 극장을 압도하며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아름다워'

관객은 절정에 이르고 거장에게 붉은 꽃의 선율로 보답한다
무대 위의 가면을 쓴 거인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여기서는 더 부드럽고 강하게'

One. Two, Three-

극의 피날레, 종점을 앞두고 무대 위에 홀로 서서 외치는 단 한마디의 외침
그것은 종말을 고하는 재정자의 심판이니
모든 것의 시작과 끝
죽음과 새로운 탄생의 소리이리니
무엇보다도 달콤한 황홀감을 주는 마지막 탄환의 노래

FOUR